남아 있는 나날
남아 있는 나날 — 평생 품위를 지킨 집사가/마지막 여행에서 마주한 진실
- 저자
- 가즈오 이시구로
- 출판사
- 민음사
작가 소개
다섯 살에 해양학자 아버지를 따라 나가사키에서 영국으로 건너간 그는, 두 문화 사이에 걸친 자리에서 기억과 자기기만을 파고드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세 번째 장편을 쓰던 서른네 살의 그는 아내 로나와 함께 4주간 일정을 전부 비우고, 우편도 전화도 끊은 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밤 10시 30분까지 오직 쓰기만 했습니다. 문장이 엉망이어도 멈추지 않고 밀어붙인 이 '크래시'가 끝났을 때 소설의 골격은 거의 완성돼 있었고, 결정적인 상상의 돌파구는 모두 그 4주 안에서 나왔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남아 있는 나날』의 집사 스티븐스를, 이시구로는 자기 안의 두 충동 — 사랑에서 상처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 자기 일의 정치적·도덕적 함의를 외면하려는 충동 — 을 괴물처럼 확대한 인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책 속으로
- 1장 1장: 텅 빈 저택과 한 통의 편지 — 1956년 7월, 수에즈의 여름. 제국의 상징이던 달링턴 홀은 미국인 부호의 소유가 되었고, 늙은 집사 스티븐스는 새 주인의 농담 앞에서 매번 얼어붙습니다. 20년 전 떠난 총무 켄턴의 편지에서 그는 '돌아오고 싶다는 뜻'을 읽어내고, 주인의 포드를 빌려 생애 첫 여행을 떠납니다.
- 2장 2장: 호랑이와 집사 — 품위라는 신앙 — 위대한 집사란 무엇인가. 인도에서 식당 테이블 아래 호랑이를 쏘고 '저녁 식사는 평소 시간에 준비될 것입니다'라고 보고한 집사의 일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이 우화가 스티븐스의 평생의 기준, '지위에 걸맞은 품위'가 됩니다.
- 3장 3장: 달링턴 홀의 심장 — 1922년, 젊은 총무 켄턴이 저택에 들어옵니다. 꽃을 들고 집무실에 들어오는 켄턴과 규칙으로 맞서는 스티븐스의 신경전. 한편 부집사로 온 아버지는 정원 계단에서 쓰러진 뒤, 잃어버린 보석을 찾듯 그 계단 앞을 오가며 걸음을 연습합니다.
- 4장 4장: 1923년, 회의의 밤 — 유럽의 운명이 응접실에서 논의되던 국제회의 마지막 밤, 위층에서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숨을 거둡니다. 스티븐스는 임종 대신 포도주 시중을 택하고, 손님들은 그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알아챕니다. 그는 이 밤을 평생 '품위의 승리'로 기억합니다.
- 5장 5장: 아마추어의 시대는 끝났다 — 같은 회의에서 미국 상원의원 루이스가 달링턴을 '아마추어'라 부르며 신사의 시대의 종언을 선고합니다. 이후 저택에는 리벤트로프가 드나들고, 달링턴의 지시로 유대인 하녀 2명이 해고됩니다. 사표를 내겠다던 켄턴은 갈 곳이 없어 남고, 그 밤을 '내 비겁함'이라 부릅니다.
- 6장 6장: 문 앞에서 멈춘 발걸음 — 켄턴이 스티븐스의 유일한 휴식인 감상 소설을 손에서 빼앗아 읽으려 하고, 스티븐스는 물러서라고만 말합니다. 켄턴이 구혼을 받았다고 알린 밤, 문 너머에서 울음소리가 들리지만 그는 쟁반을 든 채 그 문 앞을 지나칩니다.
- 7장 7장: 두 개의 문이 닫힌 밤 — 1930년대 후반, 영국 총리와 독일 대사가 달링턴 홀에서 비밀리에 마주 앉은 밤. 대자 카디널이 '각하는 나치에게 이용당하고 있다'고 경고하지만 스티븐스는 '각하의 지혜를 신뢰합니다'라고 답합니다. 같은 밤 켄턴은 결혼을 결심하고 저택을 떠나기로 합니다.
- 8장 8장: 몰락 — 부인된 이름 — 전쟁이 끝나자 달링턴은 나치 부역자로 낙인찍히고, 명예훼손 소송에서 패해 무너진 채 죽습니다. 경고했던 카디널은 벨기에에서 전사. 그리고 여행길의 스티븐스는 낯선 이들에게 달링턴 밑에서 일했느냐는 물음에 두 번이나 아니라고 답합니다 — 평생을 바친 이름을, 그가 스스로 부인합니다.
- 9장 9장: 리틀컴프턴, 마지막 만남 — 20년 만의 재회. 벤 부인이 된 켄턴은 곧 손주를 봅니다. 빗속 버스 정류장에서 그녀가 말합니다. '당신과 함께했을 수도 있는 인생을 생각하곤 해요'. 스티븐스는 평생 처음으로 시인합니다. 그 순간 내 가슴은 미어지고 있었다고. 그러나 그는 미소로 배웅합니다.
- 10장 10장: 저녁은 하루 중 가장 좋은 때 — 웨이머스 부두, 낯선 이 앞에서 스티븐스가 무너집니다. '나는 내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할 수조차 없습니다'. 낯선 남자는 답합니다. 저녁은 하루 중 가장 좋은 때라고. 이시구로가 4주의 '크래시'로 써낸 이 소설이 부커상과 노벨상의 중심이 된 이유, 그리고 남아 있는 나날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들여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