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신은 왜 침묵했는가 — 엔도 슈사쿠 『침묵』

저자
엔도 슈사쿠
출판사
홍성사

작가 소개

열한 살에 받은 세례는 스스로 고른 신앙이 아니라 어머니를 따라간 것이었습니다. 엔도 슈사쿠는 그 믿음을 몸에 맞지 않는 서양 옷에 비유했지만, 옷을 벗어던지는 대신 헐렁한 양복을 일본 옷으로 고쳐 짓는 일을 평생의 과제로 삼았습니다. 1950년 리옹대학에 유학했으나 1952년 파리에서 늑막염에 이어 폐결핵이 발병해 이듬해 학업을 접었고, 1960년 재발 뒤에는 흉곽성형술 끝에 한쪽 폐를 절제한 채 도합 3년에 가까운 입원을 견뎠습니다. 그렇게 몸으로 앓은 신앙의 물음이 『침묵』이 되었고, 그는 유언으로 이 책을 자신의 관에 넣게 했습니다.

책 속으로

  1. 1장 1장: 밟으시겠습니까 — 청동판 위에 새겨진 얼굴, 그 위에 발을 올리라는 요구. 후미에는 1629년 나가사키에서 시작된 신앙 색출 제도였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 판 앞에 선 한 사제의 이야기죠. 신은 왜 아무 말이 없는가 — 4백 년 전의 질문이 지금도 유효한 이유.
  2. 2장 2장: 스승이 배교했다 — 1633년, 예수회 일본 관구장 페레이라가 구덩이 매달기 고문 다섯 시간 만에 배교했다는 소식이 로마에 닿습니다. 믿을 수 없었던 제자 로드리고는 스승을 찾아 금교의 땅으로 향합니다. 시마바라의 난이 3만 7천의 죽음으로 끝난 직후, 일본은 이미 닫힌 나라였어요.
  3. 3장 3장: 사제 없는 신자들 — 잠입한 로드리고가 만난 것은 사제 없이 신앙을 이어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압수를 피해 기도문을 구전으로 외우고, 성모를 관음보살 형상으로 빚어 모시던 가쿠레 기리시탄. 그들에게 젊은 신부의 도착은 20년 만의 고해였습니다.
  4. 4장 4장: 기치지로라는 인간 — 로드리고를 안내한 일본인 기치지로. 성화를 밟고 배교하고, 신자들을 고발하고, 끝내 사제까지 팔아넘긴 뒤 매번 다시 돌아와 고해를 청합니다. 독자가 가장 경멸하는 인물이자, 3장의 문장이 겨누는 자리 — 그리스도는 선하고 아름다운 이를 위해 죽은 것이 아니라는.
  5. 5장 5장: 왜 아무 말도 없으십니까 — 붙잡힌 신자들이 바다에 세운 기둥에 묶여 죽어 가고, 로드리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지켜봅니다. 5장의 절규 「주여, 왜 침묵하십니까. 왜 언제나 침묵하십니까」. 그리고 7장의 자각 — 연민은 행동이 아니었고, 사랑도 아니었다는.
  6. 6장 6장: 배교한 스승과의 재회 — 사와노 주안이라는 일본 이름으로 살아가는 페레이라. 그는 제자에게 말합니다. 이 나라는 진흙 늪이라고, 당신을 이긴 것은 우리가 아니라 이 늪이라고. 그리고 고문당하는 신자들의 소리를 들려주며, 당신이 밟으면 저들이 산다고 말합니다.
  7. 7장 7장: 밟아도 좋다 — 8장의 절정. 발을 올리려는 순간 청동의 그리스도가 입을 엽니다. 「밟아라. 네 발의 아픔은 내가 가장 잘 안다. 나는 너희에게 밟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 침묵한 것이 아니라 함께 앓고 있었다는 것 — 제목의 뜻이 여기서 뒤집힙니다.
  8. 8장 8장: 배교자의 남은 생 — 모델이 된 실존 인물 주세페 키아라는 배교 후 일본 이름을 받고 40년 넘게 유폐되어 살다 83세로 죽었습니다. 소설 속 로드리고도 마지막 일기에 씁니다. 「지금도 나는 이 땅의 마지막 사제다. 그러나 주님은 침묵하지 않으셨다」.
  9. 9장 9장: 금서가 된 소설 — 발표 직후 일본 가톨릭계는 배교의 정당화라며 반발했고 나가사키에서는 사실상 금서 취급을 받았습니다. 정작 열광한 것은 좌파 대학생들이었죠. 엔도는 반론했고, 그레이엄 그린은 그를 현존하는 최고의 작가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10. 10장 10장: 맞지 않는 옷 — 열한 살에 어머니를 따라 받은 세례. 엔도는 그 신앙을 몸에 맞지 않는 서양 옷에 비유했습니다. 벗어던지는 대신 몸에 맞게 고쳐 짓는 일 — 『침묵』은 그 작업의 정점이었고, 그는 유언으로 이 책을 관에 넣게 했습니다. 약한 자의 편에 선 신을 그리려던 한 사람의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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