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인생 — 가족 일곱을 땅에 묻고도 늙은 소와 함께 살아남은 남자, 위화 『인생』
- 저자
- 위화
- 출판사
- 푸른숲
작가 소개
집에 화장실이 없어 문 없는 영안실을 지나 변소에 다녀야 했던 아이는, 더운 여름이면 그 시멘트 침대에 누워 낮잠을 잤습니다. 1977년 대입에 낙방한 뒤 하이옌현 위생원에서 5년간 치과의사로 일했지만 "정말이지 그 일이 싫었다"고 말했고, 1983년 첫 단편 '첫 번째 기숙사'를 발표하며 이듬해 문화관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1992년, 그는 가족을 모두 먼저 떠나보내고도 여전히 세상을 다정하게 대하는 노예를 노래한 미국 민요 '올드 블랙 조'를 듣고 『인생』을 썼습니다. 처음엔 3인칭으로 쓰다 막혔지만 푸구이가 스스로 말하게 하자, 비극만 보이던 그 삶에서 비로소 희망이 보였다고 합니다.
책 속으로
- 1장 1장: 소 한 마리에게 여섯 개의 이름 — 어느 여름, 민요를 채집하러 시골을 떠돌던 젊은 화자가 밭에서 늙은 소를 모는 노인을 만난다. 노인은 소를 향해 얼시, 유칭, 자전, 펑샤, 쿠건이라고 여러 이름을 부르고, 소 이름은 자기 이름과 같은 푸구이라고 한다. 노인이 부르는 노래 '어린 시절엔 빈둥거리며 놀고, 중년에는 숨어 살려고만 하더니, 노년에는 중이 되었네' 로 한 사내의 일생이 열린다.
- 2장 2장: 병아리가 거위가 되고 거위가 소가 되고 — 지주 쉬씨 집안의 외아들 푸구이는 기루와 노름판에서 살다 룽얼의 속임수에 백 무가 넘는 땅과 집을 잃는다. 아버지는 '병아리가 거위, 거위가 양, 양이 소가 됐는데 네 대에서 소가 병아리로 되돌아갔다' 고 말하고 재산을 넘긴 날 똥독 위에서 떨어져 죽는다. 임신한 자전은 친정 미곡상으로 끌려간다.
- 3장 3장: 영안실에서 낮잠을 자던 아이 — 소설 밖으로 나간다. 1960년 항저우에서 태어나 하이옌현 병원 안에서 자란 위화는 집에 화장실이 없어 문 없는 영안실을 지나다녔고 여름이면 영안실 시멘트 침대에서 낮잠을 잤다. 훗날 하이네의 '죽음은 서늘한 밤이다'를 읽고 그 감각을 알아본다. 5년간 이를 뽑던 치과의사가 1983년 글을 쓰기 시작한다.
- 4장 4장: 내 대신 죽는 거야 — 어머니 약을 사러 현성에 갔다가 국민당군에 붙들려 전장으로 끌려간 푸구이는 라오취안과 춘성을 만나고, 해방군에 풀려나 돌아온다. 어머니는 죽었고 딸 펑샤는 열병 뒤 귀와 입을 잃었다. 토지개혁이 오자 푸구이의 땅을 차지한 룽얼이 악덕 지주로 총살된다. 형장으로 끌려가며 룽얼이 외친다. '福贵,我是替你去死啊'. 총성 다섯 발. 노름으로 망한 것이 목숨을 건진 셈이었다.
- 5장 5장: 신발을 손에 든 아이 — 학비 때문에 펑샤를 남의 집에 보냈다 돌아오는 밤길, 딸은 소매를 붙잡고 소리 하나 내지 않는다. 아들 유칭은 신발이 닳을까 봐 신발을 손에 들고 맨발로 십여 리를 달려 등교하고 양 두 마리를 키운다. 대약진의 솥 헌납과 공동식당을 지나, 현장 부인의 난산에 헌혈하러 가장 먼저 달려간 유칭만 혈액형이 맞았고 의료진은 피를 계속 뽑는다. '心跳都没了'. 피를 받은 여자의 남편은 전우 춘성이었다.
- 6장 6장: 늙은 흑인 노예의 노래 — 다시 소설 밖. 1992년 위화는 스티븐 포스터의 민요 '老黑奴'를 듣는다. 가족을 모두 먼저 보내고도 세상에 우호적이었던 노인. 3인칭으로 쓰다 막혀 1인칭으로 바꾸자 이야기가 풀렸다 — 남이 보면 비극이지만 스스로 말하면 희망이 보인다. 1996년 한국 독자에게 쓴 서문에서 그는 '활착'이라는 말의 힘은 외침이 아니라 견딤에서 온다고 쓴다.
- 7장 7장: 같은 방에서 두 번 — 연골병으로 굳어 가는 자전은 '나는 죽고 싶지 않아, 매일 너희를 보고 싶어'라 말한다. 펑샤는 목이 기운 운반공 얼시와 마을에서 보기 드문 혼례를 올리고 아들 쿠건을 낳지만 대출혈로 그날 해 지기 전에 죽는다. '내 아들딸은 둘 다 아이 낳는 일로 죽었다', 유칭이 죽은 그 병원에서. 석 달 뒤 자전이 푸구이 팔 안에서 숨을 놓는다. 문혁에 매달려 맞던 춘성이 밤에 찾아오자 자전은 '넌 우리 집에 목숨 하나를 빚졌으니 잘 살아야 해' 라 하지만 한 달 뒤 춘성은 목을 맨다.
- 8장 8장: 두 알의 콩 — 얼시는 공사장 시멘트판 사이에 끼여 죽으며 아들 이름을 외친다. 일곱 살 쿠건에게 푸구이는 처음으로 콩을 한 솥 삶아 주고 밭에 나간다. 돌아오니 아이의 반쯤 벌린 입에 씹다 만 콩 두 알. 혼자 남은 푸구이는 도살장에 끌려가 울던 늙은 소를 사서 자기 이름을 붙이고, 소가 외로울까 봐 죽은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밭을 간다. 1장의 이름들이 여기서 답을 얻는다. 노을 속 굴뚝 연기, '黑夜从天而降了'.
- 9장 9장: 견딘다는 말 — 1994년 장이머우의 영화는 칸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지만 중국에서는 상영이 금지되고 감독은 2년간 제작 금지를 당한다. 그러나 소설은 30년간 2,000만 부가 팔리고 40여 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한국에서도 1996년 이후 세대를 건너 읽힌다. 위화가 서문에 남긴 문장,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간다는 말 이 성취에 지친 시대에 어떤 위로가 되는지, 소를 모는 노인의 노래로 돌아가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