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아버지는 고백을 거부했고, 딸은 고발을 거부했다 — 쿳시 『추락』

저자
J.M. 쿳시
출판사
문학동네

작가 소개

존 맥스웰 쿳시는 1940년 케이프타운에서 태어났습니다. 아프리카너의 피를 이었지만 집에서는 영어를 썼고, 변호사였던 아버지가 신탁자금을 유용해 일을 잃는 것을 소년 시절에 지켜봤습니다. 수학과 영문학을 함께 공부한 그는 런던 IBM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미국 텍사스로 건너가 베케트의 문장을 컴퓨터로 분석해 박사가 됐고, 버펄로에서 가르치던 1970년 베트남전 반대 점거 시위로 체포된 탓에 영주권을 거부당해 원치 않게 남아공으로 돌아왔습니다. 케이프타운대학교에서 30년을 가르치며 소설을 썼고, 1983년과 1999년 부커상을 두 번 받았지만 두 번 다 시상식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1999년 『추락』이 집권당으로부터 백인 인종주의의 증거로 지목된 뒤 2002년 호주 애들레이드로 떠났고, 2003년 노벨문학상 강연에서는 연설 대신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를 읽었으며 만찬에서는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상을 바쳤습니다. 술도 담배도 고기도 입에 대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이 과묵한 작가는 지금도 호주에서 쓰고 있습니다.

책 속으로

  1. 1장 1장: 목요일 오후 두 시 — 쉰두 살 이혼남 데이비드 루리는 매주 목요일 오후 두 시, 그린포인트의 방에서 소라야를 만나는 것으로 '섹스 문제를 잘 해결해왔다'고 믿는다 첫 문장. 구조조정으로 낭만주의 교수에서 커뮤니케이션 겸임교수로 내려앉은 그는 바이런 오페라를 꿈꾸며 대학을 견딘다. 소라야가 두 아들과 있는 걸 본 뒤 관계가 끊기고, 탐정을 시켜 알아낸 집 전화로 건 통화에서 '남의 집에 침입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잘 관리된 삶의 첫 균열.
  2. 2장 2장: 검은 아이 — 금요일 오후 대학 정원에서 만난 연극과 학생 멜라니 아이삭스. 그는 그녀를 속으로 '멜라니, 검은 아이'라 부르고 학과 파일에서 주소를 베낀다. 비 오는 일요일의 첫 관계, 예고 없이 찾아간 아파트에서의 두 번째 — '강간은 아니었다, 꼭 그런 건 아니었다, 그러나 원치 않은 것이었다, 뼛속까지'. 결석한 시험에 그가 써 넣은 70점. 가죽 재킷의 남자친구가 연구실을 뒤집고, 조지에서 올라온 아버지 아이삭스가 사무실 한복판에서 말한다. '우리는 당신들을 믿으니까 아이들을 맡기는 거요.' 행동강령 3.1조, 고발장이 도착한다.
  3. 3장 3장: 에로스의 종 — 징계위원회. 그는 진술서를 읽지도 않고 두 혐의에 유죄를 인정하고 '선고하라'고 말한다. 위원회가 원하는 건 유죄가 아니라 참회다. 그가 내놓은 유일한 설명, '나는 에로스의 종이 되었던 거요', 그리고 속으로 '이 무슨 허영인가. 그러나 거짓은 아니다.' 학생기자의 '후회하십니까'에 '아니오, 그 경험으로 풍요로워졌소'. 사과문 한 장이면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전화를 그는 끊는다. 세속의 법정에 세속의 답변을 했으니 충분하다며 사직, 연금도 잃는다. 시청자가 묻게 되는 질문: 사과를 거부하는 이 남자는 오만한가, 마지막 정직인가.
  4. 4장 4장: 고백을 믿지 않는 남자 — 케이프타운대에서 30년을 가르친 작가 J.M. 쿳시. 1970년 버펄로의 베트남전 반대 점거로 체포돼 미국 영주권을 거부당해 원치 않게 돌아온 남아공. 그가 1985년에 쓴 논문 '고백과 이중사고' — 세속의 고백에는 끝이 없다. 1996년 4월 노트에 처음 적힌 농장 습격 장면, 초고에서 루리는 교수가 아니라 진실화해위원회를 닮은 조사법정의 법학자였다. 1996~98년 TRC 청문회, 공개 고백과 사면의 교환식 한복판에서 이 소설이 쓰였다. 그 뒤 두 번의 부커상, 두 번 다 비운 시상식 자리. 3장의 청문회가 왜 그렇게 쓰였는지가 보인다.
  5. 5장 5장: 개지기 — 동케이프 세일럼 외곽, 딸 루시의 5헥타르 농장. 노란 농가, 풍차 펌프, 위탁견사의 도베르만과 로트바일러. 정원사 페트루스가 자신을 '개지기(the dog-man)'라 소개하며 그 말을 음미한다 — 그는 곧 토지 불하로 이 땅의 공동소유자가 된다. 루시는 '피난처라고 부르면 어때요'라 묻는다. 토요시장의 동물복지 자원봉사자 베브 쇼를 두고 루리는 '동물보호하는 사람들은 어떤 기독교인 같아서 고양이라도 걷어차고 싶어진다'고 비웃는다. 안락사를 하며 '몹시 괴롭다'는 베브. 딸은 아버지에게 진료소를 도우라고 한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농장의 불안한 평화.
  6. 6장 6장: 남자 둘과 소년 하나 — 페트루스가 자리를 비운 수요일 오후. 오솔길에서 다가오는 세 사람, '남자 둘과 소년 하나'. 전화를 쓰겠다는 핑계, 집 안으로 끌려가는 루시, 머리를 맞고 변기칸에 갇힌 루리 위로 쏟아지는 메틸알코올과 불. 루시의 소총으로 우리 안의 개들을 한 마리씩 쏘는 키 큰 남자, 아이스크림 통을 든 꽃무늬 셔츠의 소년. 그들은 루리의 차를 몰고 사라진다. 목욕가운에 맨발로 나온 루시의 첫 부탁 — '사람들이 물으면 아버지한테 일어난 일만 말씀해 주시겠어요.' 살아남은 개는 불도그 케이티뿐.
  7. 7장 7장: 담요처럼 덮인 침묵 — 경찰 앞에서 루시는 강도와 폭행과 차량 탈취만 진술한다. '여자의 몸 위로 담요처럼 침묵이 덮이고 있다.' 아버지는 신고하라 하고, 딸은 '이곳, 이 시대에는 순전히 개인적인 일'이라 답한다. 양복을 입고 돌아온 페트루스의 토지이전 잔치, 양 두 마리, 백인은 두 사람뿐 — '이제 개는 없다. 나는 더 이상 개지기가 아니다'. 그 잔치에서 루시가 발견한 꽃무늬 셔츠의 소년. 루리의 '나는 너를 안다', 소년을 감싸는 페트루스, 경찰을 부르지 말라는 루시. '그건 역사가 그들을 통해 말한 거야'라는 아버지와 '너무나 개인적인 일이었어요'라는 딸. 침팬지 쪽지, '아버지는 눈을 가린 놈'.
  8. 8장 8장: 무릎과 이마 — 매주 일요일, 베브의 진료소에서 스물세 마리의 개를 보내는 조수가 된 루리. 인부들이 삽으로 사체를 두들겨 펴는 꼴을 두고 볼 수 없어 직접 소각로에 나른다 — '개 장의사, 개의 영혼 인도자', 그리고 그가 어렵지 않게 부르게 된 단어, 사랑. 케이프타운으로 가는 길에 들른 조지, 아이삭스 교장의 '강한 자가 이렇게 쓰러지다니'. '저는 치욕스러운 상태로 떨어졌습니다.' 저녁 뒤 멜라니의 어머니와 여동생 앞에서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대는 남자 — '이걸로 충분한가? 아니라면 무엇을 더?' 털린 집, 남의 이름이 붙은 연구실, 늙은 테레사로 다시 쓰는 오페라와 딸의 낡은 일곱 줄 밴조.
  9. 9장 9장: 개처럼 — 농장으로 돌아온 그에게 루시가 말한다, 임신했다고, 낳겠다고. 소년의 이름은 폴룩스, 페트루스 아내의 남동생. '나쁜 일이오. 하지만 끝난 일이오.' 페트루스의 결혼 제안과 루시의 조건 — 땅은 그에게, 집은 나에게, 세 번째 아내로 알려져도 좋다. '객관적으로 저는 혼자인 여자예요. 아버지가 있지만 멀리 있고 여기서는 힘이 없죠.' 굴욕적이라는 아버지에게: '밑바닥에서 시작하는 것 말이에요. 카드도 없고, 무기도 없고, 재산도 없고, 권리도 없고, 품위도 없고'. '개처럼.' '그래요, 개처럼.' 창을 훔쳐보는 폴룩스, '너희 모두 죽여버릴 거야', 딸에게 쫓겨나 가명으로 얻은 방. 밴조 소리를 좋아하던 세 발 개 드리푸트를 어린 양처럼 안고 들어가는 마지막 일요일 — '그래요, 포기하는 겁니다'.
  10. 10장 10장: 추락 이후 — 2000년 4월, 집권 ANC가 인권위원회에 낸 문서는 이 소설의 '개처럼' 대화를 인용하며 백인 인종주의의 증거라 했다. 노벨상 작가 고디머의 '진짜 인간인 흑인이 한 명도 없다', 푸가드의 분노. 쿳시는 아무에게도 답하지 않았고 2년 뒤 호주로 떠났다. 2003년 노벨상 — 사과를 거부한 ANC와 '남아프리카의 이름으로' 축하한 대통령. 스톡홀름에서 연설 대신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를 읽은 작가, 만찬에서 죽은 어머니에게 상을 바친 아들. 그리고 25년 뒤의 독자들: 미투 이후 다시 읽히는 전반부, 2025년 백악관까지 간 남아공의 땅 이야기. 소설은 화해도 위안도 주지 않는다. 다만 한 남자가 마지막에 배운 단어 하나와, 밑바닥에서 시작하겠다는 한 여자의 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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